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전까지는
끊임없이 무언가 시작된다는 것.
박지완 감독이 쓴 ’다음으로 가는 마음‘을 읽었다. 담백하고 꾸밈없는 문체에 술술 읽히기도 했고, 때로는 생각하게끔 만드는 묵직한 문장에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노랑노랑한 책 표지도, 금색깔로 새겨놓은 책 제목부터가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가는 마음이라. 작가에게 그 다음은 어디일까,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직장도, 직무도, 근무지도 매번 달라졌던 나의 다음은 무엇일까, 다음으로 가는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도 궁금했다. 무엇이 나를 이끌고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에게 다음은 조금 더 넓은 세계이자 새로운 곳이고, 다다음이 어떨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 예측되지 않는 세계다. 확실하게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도, 이름 대면 다 아는 대기업도 거쳐 또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가보려 한다.
되든 안 되든 계속 열심히 살아야지.
결국 뭐가 되려고 버틴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이전 단계들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굳이 왜 가느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호기심이고 둘째는 내 그릇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과 셋째는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배팅해보자는 것이다. 과연 가능성이 높을지 낮을지, 여기보다 더 좋을 지 별로일지 가보지 않고서는 알수 없기에 이번에도 경험해보는 쪽을 선택해본다. 어떤 환경과 경험이 나를 더 키울 수 있을까 내 나름 신중히 생각해보지만 사싱 확신은 서지 않는다. 내가 하는 선택과 그 결과만 남을 뿐이겠지. 그리고 그 선택이 옳게 만드는 나의 노력. 한살 한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음으로 가는 마음은 쉬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거주하는 국가를 바꾸는 것 조차도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그때의 내가 생각하는 최선으로, 그때에 최선을 다해보면 십년쯔음 지냈을 때에는 그래 그래도 해보길 잘했어 하는 안도감이 남지 않을까. 누구도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가볼 수 있는 데 까지 한번 가보고 아님 말고.
내 마음이 나의 세계를
좁히지 않게 하소서.
나는 내 인생이
내 영화보다 크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