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영 대표는 눔의 급성장을 경험하면서 생각했어요. “그로스 해킹은 이미 8년 전에 나왔는데, 왜 이걸 알리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동시에 결심해요.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눠보기로 하죠.
“그동안 제가 배운 그로스 해킹은 ‘근거 기반의 성장 방법’이었어요.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로 다음 작전을 짜는 방식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여전히 ‘감’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어요. ‘더 똑똑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나오던 시기였죠.”
수백 개 조직을 만나며 얻은 깨달음이 무엇이냐고요. 그는 강조하고 싶은 게 딱 하나 있다고 했어요. “문제를 명확히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죠.
“정말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공급자의 늪’에 빠져 있었어요. 내 시선에서만 고민하는 거예요. 그러니 자꾸 솔루션부터 말하죠. ‘A를 B로 바꾸자’는 식으로요. 그럼 종종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면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렵거든요.
이걸 바꾸려면 고객이 겪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공유하는 게 필요해요. 이게 그로스 해킹의 시작점인 ‘아하 모먼트’를 찾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사례 : “상품권 준다”는 해결책을 고객이 원치 않은 이유
그럼 문제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 공유해야 할까요? 또 이 노력은 어떻게 조직과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이어질까요? 정성영 대표는 자신이 만난 초창기 고객사의 사례를 하나 들었어요.
2020년 그는 브라운백 커피라는 회사를 컨설팅한 적이 있어요. 원래 원두를 로스팅해 카페에 납품하던 곳이었죠.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기업의 원두·커피머신 구독을 준비하던 참이었어요.
회사는 원두와 기계의 품질만큼은 자신 있었대요. 이미 카페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아하 모먼트’를 확인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 순간을 ‘기업 구매팀’에 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당시 브라운백 커피 직원이 세운 가설은 이랬대요. ‘사은품을 주면, 고객이 늘어날 것이다.’
“라떼 거품기를 사은품으로 주자는 말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현금을 주자, 구매 담당자만을 위한 혜택을 주는 모임을 만들자까지 나왔어요. 지극히 공급자 관점에서 솔루션만 떠올리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죠.”
A: 커피 머신 상담을 지금 신청하시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B: 커피 머신 상담을 지금 신청하시면, 1시간 내로 견적을 보내드립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B 페이지에서 상담을 신청한 사람의 비율이 A 페이지보다 4배 더 높았어요.
여기서 정 대표는 한 발 더 들어갔어요. B 페이지로 들어온 신청자들에게 전화를 걸었죠. 그리고 물었어요. “계약할 때 문화상품권을 드리면 어떨 것 같나요?”라고.
“뭘 더해준다고 하니 오히려 싫어하시더라고요. ‘감사팀이 뜰 것’이라며 손사래를 치셨죠. 생각해 보세요. 회사에 놓을 커피 머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대표가 아니라, 구매팀 실무자예요. 그들이 원하는 건, 사은품이 아니라 빠른 견적이었죠.”
정 대표는 통화를 녹음해 브라운백 커피 직원에게 전했어요. ‘구매 상담 전환율’이라는 정량적 데이터와 함께, 고객과의 대화로 얻은 정성적 깨달음까지 함께 보인 거예요.
“자료를 공유했을 때 직원분들이 보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동안 세운 가설이 고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셨죠. 그 뒤 회사에는 고객 입장을 끈질기게 파고드는 문화가 생겼어요. 고객 입장에서 고민하는 후속 실험이 이어졌죠.”
이후 결과는 어땠을까요? 브라운백 커피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뒤 1년 9개월 만에 1000개의 고객사를 모았어요. 2024년 기준 연 매출 50억원을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한 기업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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