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두 가지 역할
전문가(specialist)의 시대라고 한다. 지식사회이기 때문에, 지식을 보유하지 못한 비전문가는 부의 분배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제너럴리스트의 종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없이 스페셜리스트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의 역할과 기능이 있고, 제너럴리스트의 그것이 있다. 둘은 서로의 반대라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한다.
나는 제너럴리스트를 ‘연결가’ 혹은 ‘실행가’라고 부른다.
내가 보기에 제너럴리스트는 두 가지 역할을 갖고 있고, 이 역할을 잘 수행수록 유능한 제너럴리스트다.
첫째, 제너럴리스트는 두 개 이상의 ‘어떤 것’을 서로 연결하고 조직한다. 여기서 ‘어떤 것’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분야가 될 수도 있고 지식일 수도 있다. 지식과 지식의 결합, 사람과 지식 간의 연결, 새로운 분야에 기존의 지식을 적용하는 것 등은 제너럴리스트의 강점이다. 대개 전문가는 전문 집단 속에서 일하고, 전문 집단이란 팀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있다고 효과적인 전문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팀제가 실패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전문가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서로 맞는 전문가들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팀을 구성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업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의 일이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의 일이다.
연결가인 제너럴리스트는 각각의 대상(분야, 지식, 사람)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이 아니지만, 각각의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각 부분의 특징과 강점을 이해하고, 부분이 모인 전체가 최상의 하모니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이다. 제너럴리스트의 대표 격인 경영자의 역할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경영자는 개인의 목적과 조직의 필요를 연결하고, 개인의 능력을 조직의 역량으로 확장하고, 직원의 관점과 시장의 성과 간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 부르는 않는다. 전문가의 맹점 중 하나는 ‘통합된 전체’라는 관점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결가인 제너럴리스트가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둘째, 제너럴리스트는 어떤 것을 결과로 만든다. 실천되지 않은 계획은 의지의 표현일 뿐이고, 실행되지 않는 지식은 성과 없는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의 지식과 기술은 중요하다. 어떤 성과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유한 그런 요소들은 실행되고 실행 과정에 적용되어야만 가치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거북선을 발명한 사람은 이순신이 아니다. 하지만 지형과 상황에 맞춰 거북선을 실전에 투입한 사람은 이순신이다. 어떤 전문가가 거북선을 발명하지 않았다면, 이순신의 전승 신화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순신이 거북선을 실전에 활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거북선의 존재를 지금처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학익진이라는 병법은 이순신이 태어나기 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그 전술을 해전에 적용한 사람은 이순신이었다. 학익진이 없었다면 이순신은 수적 열세에서 고전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이순신이 해전에 학익진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전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한산대첩은 없었을 것이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경계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유능한 스페셜리스트는 전문가로서의 능력과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능력도 갖고 있다. 뛰어난 제너럴리스트 역시 연결과 실행 능력뿐만 아니라 전문가적 소양을 보유하고 있다.
21세기는 지식의 격차에 있어 극단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에서의 역할은 극단적이지 않을 것이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의 결합과 조화에 의해 한 조직과 한 분야의 성과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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