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랜 기간 불황인 서점가에 모처럼 화제가 된 신간이 있다. ‘90년생이 온다’는 제목의 책이다. 80년대생(저자)이 바라본 90년대생, 즉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과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방식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보고서나 서적은 꽤 많다. 그럼에도 이같은 서적에 새삼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는 니즈가 그만큼 많고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500스타트업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을 통해 밀레니얼 세대의 콘텐츠 소비 욕구와 방식을 들여다봤다.
뉴스나 지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로 타깃하는 유저층은 주로 대학생을 포함한 취업준비생, 10년차 미만 직장인, 즉 ‘열공하는 밀레니얼 세대’다.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퍼블리, 이메일 뉴스레터 기반의 뉴스미디어 뉴닉, 경제 콘텐츠 뉴스레터 리멤버나우, 사회초년생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경제 뉴스레터 어피티 등 활자 기반의 콘텐츠나 뉴스레터 서비스들이 여기 해당한다.
각 프로덕트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용자들의 목적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스스로 일일이 리서치해야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짧은 시간 내에 ‘적당한'(이에 대해선 뒤에 좀 더 설명하겠다.) 수준의 경제, 일반 시사 상식 등을 습득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성인 버전 사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지갑을 여는 주체와 지식을 습득하는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초중고생 사교육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패스트캠퍼스처럼 전면적으로 성인 대상 사교육의 형태를 띈 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일반 시사 뉴스의 맥락을 짚어 읽기 편하게 뉴스레터로 제공해주는 뉴닉을 예로 들어보자. 뉴닉은 ‘뉴스의 홍수에서 알아야 할 이슈만을 골라서 재미있고 쉬운 언어로 쟁점을 짚는 뉴스레터’라고 스스로를 정의한다. 뉴닉은 2018년 연말 공식 론칭한 이후 8월 현재 6만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뉴닉은 이용자들이 유료로 뉴스를 구매할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월과 3월 도네이션 형태의 펀딩을 받았고, 1월엔 500여만원, 3월엔 1500여만원이 모였다. 인당 평균 1만3000원의 금액을 펀딩에 참여한 이용자들이 지불했다.(출처: 뉴닉)
포털사이트에, 국내외 언론사 웹사이트에, 무료로 넘쳐나는 뉴스를 왜 돈을 주고 구매할까. 기존 뉴스 서비스의 질이나 정치적 성향 등은 제쳐두고,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면 그리 합리적인 소비는 아닌데도 말이다.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은 뉴닉의 핵심 타깃군이다. 왜 그럴까? 25만(2019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기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물론, 언론사, 금융공기업 등에 입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시사 일반상식은 피해갈 수 없는 시험 과목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시사 과목을 신입 공채에서 없애기도 했지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여전히 시사 상식에 관한 논술 등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직무수행능력 시험도 신문 사설과 각종 시사 토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비한다. 실제 뉴닉은 “뉴닉 덕분에 면접 갑니다”라는 대학생 독자의 유저 경험을 홈페이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최소한의 수고만으로 어제보다 똑똑한 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 그룹은 사교육에 익숙한 세대다. 한국의 사교육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상당히 길지만,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1980년 내려진 전면 과외 금지 조치다. 일부 예체능을 제외하면 일체의 사교육이 금지된 바 있다. 이후 90년대 들어 과외 금지가 풀렸고, 사교육 시장은 오늘날과 같이 커졌다. 밀레니얼 세대와 이전 세대의 사교육 경험을 구분하는 중요한 이벤트인 셈이다. 그로인해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사교육에 매우 익숙한 성장 과정을 거쳤다.
사교육에 익숙한 이들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누군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요약해주거나, 맥을 짚어줘서 수고로움을 더는 댓가로 금전적 댓가를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위에 언급한 서비스들이 이미 충분히 입증한 듯하다.
그럼 성장 가능한 시장일까
그럼 성장 가능한 시장일까.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교(18~21세)에 재학중인 대한민국 인구는 2015년 현재 275만명으로, 2025년 181만명, 2035년 170만명까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는, 즉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인구까지 포함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 취업사이트 코멘토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취업교육비는 월 평균 20만원 수준, 연 5조원대 규모의 시장으로 분석된다.
(Source: 통계청)
밀레니얼 이후 세대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통계청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사교육 지출 규모는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미래의 잠재적 소비자라는 점에서 관심있게 볼 만하다.
(Source: 패스트캠퍼스, 통계청)
또 밀레니얼 세대가 이렇게 콘텐츠 ‘사교육’을 통해 습득하고자 하는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을 필요는 없다. 앞서 ‘적당한’ 수준의 정보라고 표현한 이유가 그것이다. 깊게 파고들어 전문성을 쌓는 것은 적어도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에 요구하는 바는 아니라고 필자는 해석한다.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 따르면 퍼블리의 ‘핵심고객’, 즉 재결제율이 높은 유저들 중 다수는 깊이있는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글보다는 반 발짝 빠르게 최근 동향에 관해 잘 정제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선호한다. 퍼블리가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해온 배경도 이같은 독자층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콘텐츠를 비교적 잘 제공해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어피티를 보더라도 금융권 종사자나 적어도 신문 경제면 정도는 술술 읽을 수 있는 독자를 만족시키긴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타깃 독자층인 사회 초년생들을 만족시키기엔 적당하다.
앞서 언급한 사교육 시장 확대 현상을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논할 부분은 아닌 듯 하다. 다만, 콘텐츠 구독이나 러닝 서비스의 성장성을 조금이나마 예측하고 분석하는데 있어 간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짚어봤다. 또, 이들 서비스 중 수익화 측면에서 온전히 검증된 것은 아직 없기 때문에 이에 평가는 아직 이르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텍스트 소비에 익숙하지만, 자신이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고 어떻게 얻을지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퍼블리의 타깃 독자 정의 인용)는 밀레니얼 세대, 또 그 이후 세대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Written by 김유정 500스타트업 투자심사역
출처: 500 스타트업 the 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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