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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주의자의 사적인 기록/영감기록

[인사이트] 살만 칸 : 1억6000만 명의 선생님, “당신에겐 AI라는 소크라테스가 있다”

by Siyu 아카이브 2025. 3. 6.

살만 칸 칸 아카데미 창립자

살만 칸은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의 설립자입니다. 1억6000만 명이 쓰는 세계 최대 비영리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죠. 

2008년에 시작된 칸 아카데미는 현재 50개의 언어로 190개국의 학습을 지원해요. 역사부터 언어, 수학, 프로그래밍까지 배울 수 있고, 미국판 수능인 SAT 응시자 50%가 이 서비스로 공부하죠.

그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OpenAI 창립자 샘 알트만Sam Altman이 살만을 공개 후원했기 때문입니다. 자기 직원보다도 먼저 챗GPT-4*를 쥐여줬거든요. “AI로 교육의 미래를 실험해달라”면서요.
*샘 알트먼은 2022년 8월, 챗GPT4의 시범 모델을 살만 칸에게 건넸다. 챗GPT4는 2024년 7월 공개되었으며,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상위 10%의 점수를 받을 정도의 성능을 자랑한다. 

덕분에 그가 2024년 만든 AI 튜터 칸미고Khanmigo는, 22만 명이 ‘맞춤형 선생님’처럼 활용하는 중이에요. 관심 분야를 튜터와 대화해나가며 배우고 있죠. 

살만은 롱블랙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오랫동안 그리던 교육의 대안이 눈앞에 다가왔단 겁니다. 늘 뭔가를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시대에, 살만은 “지치지 않고 배울 방법이 있다”며 우릴 붙잡았습니다.

 

Chapter 1.
서른의 헤지펀드 분석가, 초등 과외를 시작하다 

살만 칸은 원래 교육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갈 가르쳐본 적 없는, 그저 수학을 좋아한 MIT 공대생이었죠. 졸업 후엔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뉴욕의 헤지펀드 분석가로 일했고요.

그가 “교육을 바꾸고 싶다”며 뛰어든 건, 사소한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제 여정은 한 가지 실험에서 출발했어요. ‘사촌 동생이 눈앞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 알아들을까?’”

때는 2004년, 살만은 친척의 결혼식장에서 열두 살짜리 사촌 동생 나디아를 만납니다. 나디아는 그날 내내 상심에 빠져 있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배치고사를 망친 날이었거든요. 

살만은 생각했어요. 곧잘 A를 맡던 모범생인데 성적표 한 장에 너무 낙담하는 건 아닌가 하고요. 공부에 흥미가 떨어질까 걱정됐던 살만은, 직접 나디아의 과외 선생이 되기로 합니다.

“제가 본 나디아는 이미 훌륭한 수학자였어요. 명문대 학생들이 끙끙대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나디아가 6학년 과정에서 막히다니. 아까웠어요. 대뜸 ‘내가 가르쳐보겠다’고 제안했죠.” 

살만 칸의 모습. 그는 롱블랙과의 비대면 인터뷰에서 “(나는) 원래 교육인이 아니었다”며 “헤지펀드 분석가로 지내던 중, 사촌 동생을 가르쳐 보기로 하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살만 칸 페이스북

12살 소녀가 알려준 교육의 조건 

쉽진 않았답니다. 과외 경험 없는 살만이 어떻게 12살 아이를 다룰 수 있었겠어요. 나디아가 문제를 풀지 못하자, 살만의 인내심도 바닥을 쳤죠. 살만은 이 시기를 자신의 13년 전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기록했어요. 

“내가 질문하면 침묵이 흘렀는데, 침묵이 어찌나 긴지 전화나 인터넷 연결이 끊겼나 싶을 정도였다. 마침내 대답이 돌아왔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살짝 말꼬리가 올라간 말투였다. 

‘1000?’

‘나디아, 너 찍었니?’

‘100?’

내가 나디아에게 도움은커녕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순전히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나는 나디아를 매우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_『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40p

살만은 깨달은 겁니다. 자신이 되려 아이를 주눅 들게 한다는 걸요. 동시에 해결책을 궁리했어요. 질문하면 곧장 대답이 돌아오길 기대하지 말고 제대로 된 소통을 해보기로 했죠.

“나디아, 난 네가 영리하다는 걸 알아. 난 너를 판단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여기서 규칙을 바꾸자. 너는 답을 찍어도 안 되고 어중간하게 대답해서도 안돼. 

내가 듣고 싶은 건 딱 두 가지야. 확실하고 자신 있게, 그리고 아주 크게 대답하든가, 아니면 ‘모르겠어요. 다시 한번 해요’라고 말해. 

처음부터 다 이해할 필요는 없어. 네가 질문을 하거나 다시 설명해달라고 한다고 널 무시하지 않을 거야. 알겠니?”
_『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41p 

그러자 나디아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살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잘 이해했는지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모르는 건 곧바로 물어보면서요. 힘겹게 정답을 알아내면 즐거워하기까지 했죠. 성적은 당연히 반등했고요. 결국 살만의 학생은 15명까지 늘어납니다.  

살만 칸이 강의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그는 사촌 동생 나디아를 가르치며 처음 교육 분야에 발을 들였다. ⓒ60Minutes 유튜브

Chapter 2.
‘단 한 명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

살만 칸은 이때를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해요. 한 친구가 “동영상으로 남겨두면, 학생들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고 조언했거든요. 때는 2006년, 유튜브가 이제 막 태동하던 시기였죠.

“처음엔 웃기다고 생각했죠. 당시 유튜브는 고양이가 피아노 건반 두드리는 영상이나 올라오던 곳이었거든요. 지금은 후회하고 있죠. 더 빨리 올릴걸.”

유튜브는 살만에게 새로운 힌트가 됐습니다. 어쩌면 유튜브를 통한 교육이, 학교 교육을 대체할 수도 있겠다고요. 

그는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작은 단칸방에 컴퓨터 한 대와 책상을 들였습니다. 훗날 882만 명이 구독하는 채널 ‘칸 아카데미’로, 나아가 교육 서비스로 발전했죠. 

그럼 대체 칸 아카데미는 어떤 이유로 잘 된 걸까요? 살만은 그 이유로 단 한 명을 위한 교육을 꼽습니다.

“칸 아카데미의 목표는 한 가지입니다. 모두에게 세계적 수준의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free, world-class education for anyone, anywhere. 

세계적 수준의 교육이란 한 명의 학생에게 맞춘 교육을 말해요. 쉽게 말해 그 학생이 최적으로 몰입할 수 있고, 선택권이 있으며, 참여하고 싶은 교육이죠.”

살만은 꼭 한 명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배우는 속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사실이 있어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배운다는 거죠. 이해가 빠른 사람이 똑똑하다는 게 아니에요. 느리게 배워도 필요한 지식을 끝까지 기억할 수도 있죠. 

요점은 교실에 10명뿐이어도, 하나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언제나 격차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는 나디아가 배치고사를 망친 이유도 다수를 가르치는 ‘강연형 수업’이라고 설명해요. 학생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도 이미 진도는 지나가요. 선생님도, 학생도, 시험을 보기 전까지는 어디를 모르는지 알기 어렵다는 거죠. 

“결국 선생님의 속도로 수업이 진행돼선 안 된다는 거예요. 학생이 이해했는지가 기준이어야 하죠. 수업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2016년 TED에서 ‘시험 점수보다 완전한 이해를 위한 교육을 합시다’라는 제목으로 강연 중인 살만 칸. 그는 사람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기에 개별 맞춤 교육을 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TED

Chapter 3.
‘완전히 이해하는’ 지식의 3가지 조건

그렇게 2008년 칸 아카데미를 설립했어요. 수학, 과학, 역사는 물론이고 음악, 경제, 코딩까지, 로그인하지 않고도 1만 개가 넘는 강의를 마음껏 볼 수 있습니다. 

설립 17년 차인 칸 아카데미는 이제 1억6000만 명의 학생에게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 보충에도 활용하죠. 미국판 EBS인 셈입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살만은 칸 아카데미가 학습에 필요한 3가지 조건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① 강연 길이는 10분 안팎을 유지할 것 

공부하다 보면 아는 내용과 모르는 내용이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모르는 내용만 다시 공부하려고 아는 내용까지 다시 들어야 한다면? 누구라도 지루하겠죠. 

칸 아카데미의 강연이 10분을 넘지 않는 이유입니다. 주제를 세밀하게 쪼개뒀거든요. 모르는 부분만 찾아 배울 수 있도록요. 

예를 들어 물리학 중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배운다면? 운동 에너지의 개념 한 편, 어원 한 편, 실전 예시 한 편을 나눠 가르쳐요. 

“물론 10분 안팎의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유튜브 초기에는 만들 수 있는 영상 최대 길이가 10분이어서 이것에 맞춘 거였죠. 

이렇게 운도 좋았지만 직관도 있었어요.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을 시간을 의도했죠. 지금은 수많은 연구들이 최대 집중력이 10-15분인 걸 밝혔고요.”

칸 아카데미의 수업 영상은 대부분 10분을 넘지 않는다. 살만은 이에 대해 “주제를 세세하게 나누어 이해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 학습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칸 아카데미

② 무한 생성 연습 문제로 이해를 도울 것 

칸 아카데미의 강의에선 무한 생성 연습 문제가 제공됩니다.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각각 다른 문제를 무제한으로 생성해 풀 수 있어요. ‘내가 충분히 이해했다’고 느낄 때까지 연습시키는 거죠.

굳이 문제를 많이 내는 이유, 명확해요.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땐 잘 모르는 게 있어도 그냥 넘기고 마니까요.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요.

“내가 모든 내용을 이해했다고 느끼는 감각이 중요해요. 그렇지 않고 지나가 버리면, 시험을 망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개념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상위 개념을 배울 때 결국 발목이 잡히고 말아요.” 

칸 아카데미에서는 강의에 대한 연습문제를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하며 풀 수 있다. 살만은 그 의도를 “기본 개념부터 이해해야 상위 개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ED

③ 질문할 때 눈치 보지 않을 것

학습에 재미를 붙이려면, 무엇보다 질문이 활발해야 합니다. 칸 아카데미는 학생끼리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게 했어요. 중학교 과학 과정의 ‘유성생식과 무성생식*’ Q&A를 볼까요.
*두 개체의 유전자가 결합하면 유성생식, 한 개체가 스스로 자손을 만들면 무성생식으로 나뉜다. 

질문 : 강의 2분 38초에 부모님 각각에서 유전자를 반씩 받는다고 나와 있는데, 저는 아빠보다 엄마를 더 닮았어요. 보기와는 다르게 유전자가 나뉘는 건가요? 

답변 : 맞아요. 절반씩 물려받더라도 경우에 따라 외모에 아빠보다 엄마의 유전자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유전자 발현 수준도 다르고, 외모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죠.

잘못된 답이 올라와도 괜찮아요. 투표 기능이 있어, 옳은 정답이 더 많은 표를 받도록 설계했거든요. 위 사례의 답변은 답변 중 가장 많은 23표를 받아 가장 상단에 표시됐죠. 

칸 아카데미의 질문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 익명성입니다. 교실에서 손을 들고 질문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까요?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반 전체에 알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반면 온라인에서 질문하는 건 마음이 편하죠. 답하는 사람도 선뜻 나설 수 있어요. 뿌듯함은 덤이고요. 

공부의 부담을 줄인 칸 아카데미는 전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중동의 마을에도, 몽골의 고아원에도, 심지어 교도소에서도 칸 아카데미 덕에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후기가 들려왔죠. 

교실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살만 칸. 그는 쉽게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교실에서 손을 들고 질문해야 하는 환경은 이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60Minutes 유튜브

Chapter 4.
이제는 ‘친밀한 AI 소크라테스’가 필요한 때 

칸 아카데미는 17년간 학교 수업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어요. 하지만 살만 칸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죠. 2024년, AI 튜터 서비스 칸미고Khanmigo를 내놨어요. 이 서비스의 슬로건은 ‘1대1 개인 과외 선생님’이에요. 

이게 가능한 이유, 챗GPT 덕분입니다. 칸미고는 챗GPT-4를 연동한 AI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살만 칸의 이름에 ‘함께’라는 뜻의 스페인어 아미고amigo를 붙였어요. “같이 배우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죠.

칸미고의 가장 큰 특징은, 답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어디까지 아는지, 어떤 지점을 어려워하는지 파고들며 스무고개를 이어가죠. 

유저 : 9 - 3 X 2 = [  ] 이 문제 푸는 걸 도와줘.

칸미고 : 물론이죠! 여기서 목표는 올바른 순서로 수학 문제를 푸는 거예요. 이 문제의 특징이 뭔가요?

유저 : 그냥 정답을 알려줄 수 없나요?

칸미고 : 스스로 해결하는 게 중요해요! 

유저 : 음… 우선 괄호*가 없어요.
*여기서 칸미고는 수학 문제를 ‘사칙연산’에 따라 푸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 괄호는 가장 첫 번째 순서다.

칸미고 : 맞아요! 그럼 사칙연산에서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이처럼 칸미고는 정답 대신 해결 과정을 함께 하며, 사용자가 확실히 문제를 이해하게 하는 거예요. 조금 번거롭더라도요.

학생이 과학 수업에서 칸미고에게 질문하는 모습. 칸미고는 곧바로 답을 알려주는 대신 학생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 질문을 하며 힌트를 줬다. ⓒ60Minutes 유튜브

눈과 귀를 달기 시작한 칸미고

이제 칸미고는 더 실감 나는 대화를 위해 발전하고 있어요. AI가 학생의 목소리와 행동까지 읽어내는 겁니다. 실제로 만난 것처럼요. 

오픈AI가 출시 준비 중인 서비스, 챗GPT 비전Vision*을 활용할 예정이죠. 3년 안에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요. 그 시범 사례를 볼까요.
*카메라로 현장을 찍으면 실시간으로 장면을 해석해 GPT와 소통이 가능한 서비스.

한 학생이 칸미고에게 “해부학을 배우고 싶다”며 신체 부위를 맞추는 퀴즈를 요청합니다. 심장을 물으면, 심장이 몸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려보겠다는 식이죠. 그들의 대화를 살펴볼까요. 

칸미고 : (학생이 뇌를 그리자) 위치는 정확해요. 모양은 좋은데, 실제 뇌는 조금 더 주름이 져 있어요. 간은 어떤가요? 한 번 시도해 보고 몸의 어느 부분에 위치하는지 그려주세요.

학생: 아 좀 어려운데…

칸미고 : 네, 이건 원래 좀 어려워요. 이러면서 배우는 거죠. 부담 갖지 말아요.

칸미고 : (학생이 간을 몸통 왼쪽에 그리자) 위치는 가깝지만, 주로 횡격막 바로 아래 오른쪽에 있어요.
_살만 칸 칸 아카데미 창립자 겸 CEO, 2024년 12월 60minutes 방송에서 

학습자의 곁을 지키는 질문하는 AI. 살만은 우리 모두에게 “소크라테스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AI는) 마치 소크라테스와 같아요. 정답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AI는 답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OpenAI의 사장 그렉 브록맨Greg Brockman이 칸미고와 개발 중인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AI가 카메라와 마이크로 학습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피드백을 음성으로 지도한다. ⓒ60 Minutes 유튜브

Chapter 5.
AI 시대, ‘거꾸로 교실’을 제안하다

AI 소크라테스를 제안한 살만 칸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요. AI의 ‘학교 점령’일까요? 살만에게 묻자,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선생님은 앞으로도 필요하다”고요. 그는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고도 덧붙였죠. 

“아이를 AI에게 맡기고 싶으세요? 저는 아닙니다. 저는 아이들이 선생님과 대화하며 성장하길 바라요. 

AI는 교사를 도울 수 있어요. 지금 교사들은 절반 이상의 시간을 수업 준비에 할애합니다. 잡다한 업무까지 하면 실질적으로 학생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한 거예요.” 

한마디로 미래엔 선생님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AI가 학생의 자잘한 고민과 지식을 채워준다면, 선생님은 학생의 ‘전체적인 여정’을 돕는 겁니다. 

이 방법으로 그는 ‘거꾸로 교실flipped classroom’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죠. 

“저는 교실을 뒤집을 것을 제안합니다. 함께 모여 수업을 듣는 전통적 교실이 아니라 수업은 집에서 영상으로 각자의 속도에 따라 배우는 겁니다. 

대신 교실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눠요. 모르는 것을 질문하거나, 배운 것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해볼까 의견을 나누면서요.

강연의 부담이 사라진다면 선생님은 학생 가까이에 앉을 수 있어요. 더 넓게 상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겠죠. 배움의 마법은 사람과 대화할 때 일어납니다.”

쉽게 말해 공부는 각자에게 맡기고, 교실은 이야기 나누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우리가 꽤 오래 말했던 교실의 풍경입니다. AI가 비로소 이걸 해내게끔 돕는다는 거죠. 

“지금의 교육은 오직 시간을 들이길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3년간 수학, 2~3년간 외국어, 4년간 영어에 시간을 쓰는 게 캘리포니아 대학의 입학 조건이죠. 하지만 그 시간을 공부했다고 해서, 뭘 증명할 수 있나요?”

살만은 제안합니다. 선생님과 학교 시스템이 앞장서서 시간 대신 역량을 평가해 보자고요. 

“저는 역량 기반 평가를 원해요. 얼마나 공부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분야를 마스터했는지 보는 거죠.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대학 수료증에 버금가는 증표를 수여하고요.”

교실에서 각자 집에서 배운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칸 아카데미 학생들의 모습. 살만은 ‘거꾸로 교실’을 제안하며 강의는 따로 듣되, 이야기는 함께 나누는 교실을 꿈꾼다. ⓒ칸 아카데미

 

창의적인 사람은 AI에게 답 대신 의견을 물을 것

지금까지 살만이 제안한 변화는, 단순히 학교의 일이 아닙니다. AI가 교육을 바꿨다면, 그다음은 ‘일터’로 향한다는 거죠. 

이제 막 입사한 신입 사원, 보고서를 써야 하는 직장인, 조직 문화를 고민하는 CEO까지. 모두가 AI의 도움을 이미 받고 있거나, 앞으로 더 자주 의지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모든 영역을 누비는 AI가 무서울 수 있지만, 살만은 낙관합니다. 답만 찾는 사람은 AI가 대신하겠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AI와 함께 나아갈 거라고요. 

“창의적인 사람이라면, AI에게 답을 구하는 대신 ‘의견’을 물을 겁니다. ‘이 아이디어는 어때요?’ ‘부작용은 없을까요?’라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겠죠. 

기발한 아이디어는 타인과 생각을 주고받을 때 꽃피듯, AI도 창의성을 좇는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줄 겁니다.”

기술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해야 할 무기’라고 말하는 살만 칸. 그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기술이 쓰일 거라며 창의적인 사람은 창의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TED


롱블랙 프렌즈 B

막막한 마음에 인터뷰 말미에 물었습니다. AI를 써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잘 써야 할지는 손에 잡히지 않았거든요. 

그는 ‘이해한다’면서 한 가지 조언을 남겼어요. 그 답변으로 오늘의 노트 마치겠습니다. 

“AI를 일상 가까이 두세요. 오늘만 해도 구글 메일에 로그인했더니 AI 어시스턴트가 생겼더라고요. 그럼 그냥 한 번 써보는 거예요.

기술의 최전선은 6개월이 아니라 6주마다 갱신되고 있습니다. 몇 살이든, 어떤 위치에 있든 기술이 정체된 사람들은 활용하는 사람에 비해 뒤처질 거예요. ‘이런 것도 대답을 할까?’ 싶은 질문도 해보세요. 써봐야 어떻게 쓰면 좋을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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