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보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아서, 이걸 보면 이걸 하고싶고, 저걸 보면 저걸 하고싶고, 이 일을 해야할지, 저걸해야할지 고민이됩니다. 어떤 관점으로, 어떤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두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신부님: 우선순위를 떠나서 본인이 어느 분야에 속하고 싶은지를 정하는 것부터가 우선입니다. 분야는 크게 문화, 정치, 경제로 나눠집니다. 그 중에서 가톨릭에서는 인간의 정신을 함양하는 문화를 중요시합니다.
나: 가치지향적으로 생각하다가도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려면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하다보면 너무 세속적인 욕심에 치우치는 건 아닌지 갈등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가치와 물질에 대한 개념이 충돌되는 것 같아요.
신부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면 그건 문제가 되지만, 수단은 말 그대로 수단으로써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문화가 중요하다고 해서 정치, 경제가 결코 하등한 것은 아닙니다. 문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속시킬 제도도, 자금도 필요합니다. 하나의 예로 북유럽에서는 창작자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금이 있습니다. 예술작품을 출품하지 않더라도 지원이 끊기지 않죠. 어떻게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낼 수 있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매번 선거때마다 창작가가 생계걱정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인가 말것인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신부님: 그런데 어떤 일을 하려고 하시나요? 나: 저는 이전에 학교에서도 근무했고, 대기업에서도, 비영리단체에서도 근무했습니다. 여러 조직을 거쳐오면서 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해보고자 저의 사업을 하기위해 준비 중입니다. 나중의 일이지만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무상교육을 하면서도, 지원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며 자립하는 기업형 학교 형태로 구상하고 있어요.
신부님: 그러고보니 문화쪽, 경제쪽에 다 몸담았었네요.
나: 네 그러고보니 정치계만 가보지 않았네요. 학교를 세우려면 자금도 필요해서 돈도 모으고, 그럴 돈을 모을 수 있는 영향력도 키워야 하는데, 지금 당장 월급없이 제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야하니 돈벌 궁리만 생각됩니다.
신부님: 그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있나요?
나: 있을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신부님: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역사를 배우거나, 먼저 그 길을 가본 선조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이 있습니다. 또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있다면 그곳에서 봉사활동이든 일이든 직접 경험해보면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운영하고, 자금을 조달하는지, 개인차원이든 국가차원이든, 그 안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도 있고요.


사회교리를 들으러 가는 길, 가기 전 까지도 사회교리라는 걸 잘 몰라서 들으면 좋을지, 시기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배우면 좋겠지, 모르는 건 알아가야지 하며 명동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계단을 열심히 오르며 지금 내 모습을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으시겠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사회 안에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보려고, 희미하게나마 빛을 내는 등불이 되어볼려고 노력하는 하느님의 자녀를 예쁘게 봐주시겠지. 다른 사람들의 기준, 평가와는 상관없지 않은가하고 생각했다. 명동성당 앞에 도착하자나에게 답을 해주시는 것 같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보시니 좋았다(창세1,10)” 반가운 마음에 얼른 찍고 가톨릭회관으로 들어갔다. 사회교리를 배우며 나의 시야도, 관점도 한차례 더 넓혀지는 것 같아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부님의 조언으로 조금 더 나의 길에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름과 세례명을 물어주시던 신부님. 2시간의 연강 끝에도 뒤따라 질문해오는 어린 청년에게 정성스레 답변을 해주시고, 이름도 되뇌어 주시는 감사한 신부님. 부디 하느님의 계획 안에 저를 성령으로 이끄시어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밝혀 주는 횃불로 써주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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