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순간은 다양하지만 몇 가지의 요소가 갖춰지면 쉽게 감탄한다. 지금 이 글을 써내려가는 이유도 오늘의 아름다운 찰나를 담아두고 싶어서다. 내가 지금 있는 이 공간을 소개하면 잔잔하기도 경쾌하기도 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조용한 공유스페이스다. 이 곳에는 각 서점에서 큐레이션한 책들이 한 쪽 서가에 꽂혀있고, 대출은 안되지만 자유롭게 어떤 책이든 꺼내 읽을 수 있다. 공유주방에는 편하게 내려 마실 수 있는 커피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다. 적당한 크기의 1인 책상과 의자,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쓸수 있는 콘센트들 덕분에 괜히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 곳에 오는 날이면 그 날 해야할 일이나 구상할 것들을 챙겨오고, 서가에 꽂혀있는 책 중에 한 권을 골라 새로운 장르나 평소 보고 싶었던 책들을 꺼내본다. 오늘 집에서부터 챙겨나와 지하철에서 읽은 책은 ‘가치 있는 삶’이지만 도착해서 서가를 보니 또 새로운 책을 펼쳐보고픈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잠깐 스쳐지나갔던 김초엽 작가의 책 ‘책과 우연들’이라는 책을 집어 들어 자리로 왔다. 어김없이 커피 한잔을 내려 자리에 올려두고, 천천히 책 표지 앞뒤를 살펴보고 목차도 읽어보았다. 내가 이 책을 발견했던 날에는 김혜남 작가의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의 심리학‘을 읽고 있었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단숨에 6페이지 정도의 글을 써내려갔다. 그러면서 왜 내가 무언가를 써내려가고 싶은지, 왜 활자와 친한지, 왜 듣는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고찰하며 내가 ’쓰는 행위’에 대한 욕구가 생긴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날개에 이런 말이 쓰여져 있었다.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원에 있는 마음을 묻게 될 때 나는 가로등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엷여덟 살의 밥을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그 안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다. 여기서 나는 읽기가 어떻게 쓰기로 이어지는지, 내가 만난 책들이 쓰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관해 말할 것이다. 쓰는 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독자에게도 이 책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면 기쁘겠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지만 그 앞에서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을 겪어본 이들에게,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김초엽 작가의 ‘책과 우연들’ 중에서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
우연치않게 그런 나를 발견했던 날,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우연은 우연이 아닐테다. (무슨 노래 가사같지만 표현하자면 이런 말이다.)
내가 ‘쓰고 싶은’ 나를 발견했기에 내 마음도 이 문장을 발견하고,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우연들은 참 소중하고도 반갑다.
작가는 책 앞머리에 이렇게 얘기한다.
더 많은 책이 우연히 우리에게 도달하면 좋겠다.
그런 우연한 충돌을 일상에 더해가는 것만으로
우린 충분할지도.
우연이 모여 운명을 만들고
우연이 모여 오늘을 만든다는 문장을 접한 적이 있다.
운명이라하면 좀 거창해보이지만, 우연들이
우연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지만, 우연히 마주한 우연은
새로운 에너지와 활기를 불어넣을 때도 있다.
그런 이유로 오늘 만난 ‘책과 우연들’
이 책을 만난 순간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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