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셀름 그륀 저 / 최용호 역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2월 28일
이 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의 중심'
삶의 균형을 잡는 다는 것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조화로운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태에 머무른다면 평온한 마음에 다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매일 처리해야 할 일, 올해 꼭 이뤄보겠다고 세워놓은 결심과 계획, 쏟아지는 뉴스와 각종 정보들로 잠자기 직전까지도 바쁘게 하루를 보냅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이 되가는 무렵, '나 잘 지내고 있는거야? 새해 다짐도 모두 안녕하니?' 나에게 되물으면서도 갈피를 못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에서 답을 구하고, 길을 찾아야 할까라고 고민할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에 반가웠습니다. 이 책은 "삶의 균형을 찾으면 내면의 평온을 누릴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면서, 삶의 균형이 무엇인지,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그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리는 새해가 시작되면 소망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 처럼 원대한 꿈을 갖고, 새로운 계획을 열심히 세우고 난 뒤 뿌듯해합니다. 올해는 꼭 이뤄봐야지 하고 하나 둘씩 넣은 목표들이 어느새 종이 한면을 가득 채웁니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다가도 이내 '이 정도는 해내야지' 하며 굳은 각오를 다져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이루고 싶은 일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까요?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멋진 커리어도 갖고, 취미도 즐기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들기 마련입니다.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많이 성취하고, 더 많이 갖기를 원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심리입니다. 그런 지금의 나의 마음 상태는 어떠한가요?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할 것 같고, 남들 다하는 부업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나만 뒤쳐지는 건 아닌지 내가 나태한건 아닌지 괜히 주눅드는 것만 같습니다. 정작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어울리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이죠.
이 책에서는 3개의 챕터로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고 아름답게 사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괜시리 분주한 마음으로 중심을 잃은 것 같은 지금, 천천히 한 장씩 읽어나가며 숨고르기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우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일을 수행하려는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마음이 흩어져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합니다.'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마치 현재 저의 부족한 모습을 설명하는 것 같은 문장에 큰 공감이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르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 수 없게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첫 장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 가장 인상깊게 남은 단어는 '분별력' 이었습니다. 무언가를 단순히 구별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당한 것을 파악하는 직감력을 뜻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분별력이 부족하면 나에게 중요한 일인지, 지금 필요한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외부에서 오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흘러들도록 두게 되어 마음이 어지럽고 이리 저리 분주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쉽게 느끼고 있는 이러한 상태를 경계하면서 가장 먼저 분별력을 키워야 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에서 중요한 본질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참된 의미와 목표를 함께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서두르거나 무리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삶의 결을 위하여.
[책 속에서 수집한 문장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기
우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일을 수행하려는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마음이 흩어져 지금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합니다. 그 결과 삶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의 일은 다음 일에 치여 가치를 잃게 되고, 우리는 현재를 즐기거나 현재에 몰두하지 못합니다. 그만큼 현재에 온전히 머물지 못하고, 결국 제대로 살지도 못하게 되지요.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 머물고, 현존하며, 현재의 삶에 몰두함’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평정 찾기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평정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마음의 평정을 잃은 사람이 많습니다. 외부 영향에 좌우된 나머지 평온을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에 마음을 두고, 자신을 만족시킬 대상을 외부에서 찾으니까요. 마음의 평정을 잃었기 때문에 어느것에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마음의 평정을 잃은 사람은 고통을 참지 못하므로, 자신 안에 머무는 일이 중요합니다. 수도자들은 한 곳에 머물면서 갈수록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하루 일과가 필요합니다. 또한 개인 생활과 공동생활의 조화도 필요합니다. 그런 외적인 질서를 통해 수도자는 점차 내적인 질서를 습득하게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열심히 일하게 되어 점차 성과를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분별력 지니기
‘분별력’은 본래 ‘구별 능력’을 뜻한다고 할 수 있지만, 베네딕토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분수를 깨닫는 직감력’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분수’는 이성적 논거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분수를 알아차리는 직감력도 필요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적정 한도에 대한 직감력을 말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 포기해야 할 것,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압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자주 인용했던 저술가이자 수도자인 요한 카시아노(360~435년경) 성인은 ’분별력‘을 ’총명함‘과 ’분수를 깨닫는 직감력‘을 합친 개념으로 이해했습니다. ’총명함‘이 있어야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분수를 알아 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인은 “분별력은 다른 사람을 살필 때 그의 성향을 신중히 구별하여 평가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위스의 정신 의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자신의 가치를 부풀리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고행자나 예언자, 개혁자, 조력자, 치유자와 같은 ‘원형’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은 멋지게 보일 뿐만 아니라 유익한 기능도 합니다. 우리가 조력자나 치유자의 모습을 마음속에 떠올리고 새길 때, 영혼에 잠재되어 있던 돕는 능력, 치유하는 능력이 활기를 띠게 됩니다. 이처럼 원형의 모습은 우리 영혼의 밑바닥에 이미 존재하는 원천을 의식하고 그것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자신을 원형의 모습과 동일시하게 되면, 자기 모습을 실제보다 부풀리게 됩니다. 그 결과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원형적 모습과 같아지고자 하는 욕구에 눈이 멀게 됩니다.
지나치게 높은 이상때문에 자신에게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능력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내적, 외적 실상은 이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분별력
분별력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줍니다. 자기 생각을 남에게 덮어씌우고, 그들이 내 생각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라며 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나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는 상황인지 파악하려고는 노력하지 않습니다. 이는 그들의 입장을 헤아리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입니다. 분별력은 상대방이 지닌 특성에 맞게 대하고 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차리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별력이 없으면 사람들을 잘 이끌 수 없습니다. 분별력은 ‘상대방의 마음을 주의 깊게 살피고 배려하는 태도’라 할 수 있으니까요. 각자에게 유익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의깊게 살핍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구별하기
우리에게는 사람에 대한 분별력을 갖는 것만큼이나 일에 대한 분별력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정작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의 양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은 데 말입니다.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일을 구별해 내는 분별력이 있다면 그런 문제에 처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일을 구별하려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중요한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는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별해 내는 능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을 수행하며 단조롭고 지루하게 살아가게 됩니다. 분별력이 부족하면 모든 일이 똑같이 중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모두 무의미할 뿐입니다. 이런 삶을 살면 우리는 늘 일이 많다고 느끼며, 매일 너무 많은 일거리가 쏟아진다고 불평하게 됩니다. 중요성을 따지지 않고 모든 일을 수행하다 보면, 결국 일에 치이게 되지요. 그런 경우, 중요하지도 않은 수많은 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별해 내는 것 역시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곧 분별력이 있는 지도자는 지금 진행하는 일이 정말 중요한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모든 일을 끊임없이 분석해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참된 본질을 찾기
어떤 면에서 분별력은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지 못하니까요. 그런 구별 능력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오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흘러들도록 놔두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으며, 모든 정보를 찾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쓸데없는 온갖 정보로 머릿속이 채워지면 더 이상 자주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기발한 착상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는 문제에도 적용됩니다. 자신의 본모습이 무엇이고, 인간으로서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이 세상에 어떤 발자취를 남기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되니까요.
사람아, 본질을 추구하여라. 이 세상이 지나가면, 우연은 사라지고 본질만이 남으리니.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나의 본모습을 찾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외형적이고 피상적인 자신에서 벗어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참자아와 만나는 일을 말합니다. 나의 본모습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무절제한 삶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본질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가 지닌 자원을 무분별하고 무절제하게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이를 찾을 때, 비로소 자신과 일치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일 저 일 서두르지 않으며, 나의 중심과 본모습에 머물 수 있지요.
본질이란 어떤 사물에서 바뀌지 않고 남아 있는 것,
어떤 사물에서 분리할 수 없는 본연의 모습을 이루는 바로 그 것
오늘날 우리는 삶에서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하루를 살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게 됩니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삶의 목표는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동안 중요하게 여겼던 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사소한 것에 불과함을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본질’과 폭풍처럼 몰려드는 ‘경박한 생각들’이
서로 벌이는 전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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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주의자의 사적인 기록 >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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