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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마케팅을 향한 반란
- “평생 아이보리 비누 광고를 보며 살았을 텐데 왜 아이보리나 다이알, 도브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만든 수제비누를 사는 거예요? 이 브랜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뭐죠?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브랜드를 그렇게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참 좋아요.“ 그녀의 이 간단한 말 속에 심오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었다.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비즈니스,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격변의 근본 원인이 그 안에 담겨 있던 것이다. 그녀는 그 지역의 비누회사와 설립자에 대해서 말을 이어갔다. ” 회사를 세운 분들을 만나봤는데 굉장히 좋은 분들이에요.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만드시더라고요. 우리 고향에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해야겠다고 다짐하셨대요. 환경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연적이면서도 지역에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요. 솔직함과 도덕적 원칙을 바탕으로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하시고, 직원들에게도 대우를 잘해줘요. 제가 직원들도 직접 만나봤거든요. 저는 이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지역 공동체와 관련되어 있잖아요. 이 회사 사장님들은 우리 지역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 하시는데,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래서 그분들한테 신뢰가 가더라고요. 저는 그분들이 무얼 만들든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 여성은 지금 광고가 자기에게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역 비누 회사 설립자의 비전을 믿기에 아이보리보다 10배나 더 비싼 비누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그녀에게는 흔히 마케팅의 4P라고 하는 제품, 가격, 홍보, 유통 보다 설립자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
피할 수 없는 반란에 대해 비누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그 여성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 이면에 있는 사람에게 감정적 애착을 가졌다. 그 지역의 비누 회사 사장은 그녀에게 사실상 아무 것도 팔지 않고도 자기의 비전과 이상을 믿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아이보리에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둘째, 그 여성은 전통적인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이보리 비누와 같은 대표적인 제품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렇게 광고를 해댔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인터넷에서 티비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고, 광고가 없는 위성 라디오와 팟캐스트를 들으며 말 그대로 광고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셋째, 전통적인 방식으로 본다면, 이 지역 생산 제품은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그 여성이 그 비누를 구입한 이유는 그 회사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회에 유형의 이익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반 비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역 비누 회사의 목적이 지닌 가치와 일치했고, 그녀에게 있어서 그 가치는 아이보리라는 안전한 선택지를 택하고, 돈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넷째,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던지 나도 그 비누를 사고 싶어졌다. 입소문으로 퍼지는 추천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지원하는 공급망의 힘은 대형 소매점의 선반을 차지해야 한다거나 뉴욕의 대형 광고 대행사와 계약해야 한다는 과거 방식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기울여졌던 경쟁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 잡는다. 의미 있고, 믿을 수 있으며, 소비자와 관련 있는 이야기가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 지역 비누 회사의 이야기는 너무나 진솔했기에 그 친구가 열정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옮긴 것이다. 이제 고객이 마케터다.
한 세기 이상, 우리는 광고 노출 advertising impression의 축적을 통해 아이보리 같은 위대한 브랜드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반란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기업과 브랜드는 인간 노출human impression의 축적을 통해 새로이 건설되어야만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유일하게 믿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뿐이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사실은 마케팅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리는 비즈니스가 늘 감정, 그리고 관계에 관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구입 행위는 자기가 알고, 좋아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단지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광고와 홍보 활동과 소셜미디어가 믿기 힘들 정도로 비용 효과성이 뛰어나고 그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에.
2장 결국 사람이 하는 일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아마존의 전자 상거래, 공급망, 유통에 있어서의 혁신이지만, 실제 베이조스 전략의 핵심을 깊이 들여다보면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를 알 수 있다. 베이조스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나는 ‘향후 10년 안에 무엇이 바뀔 것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물론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반면 ’앞으로 10년 안에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말은, 이 2개의 질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업 전략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거나 달라지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죠. 소매업에 종사하는 우리는 고객들이 낮은 가격을 원하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앞으로 10년 후에도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고객은 빠른 배송, 다양하게 갖춰놓은 제품을 원합니다. 고객이 내게 ’베이조스 씨, 나는 아마존을 사랑해요. 단지 가격이 조금 더 높았으면 좋겠어요.‘라거나 ’나는 아마존이 너무 좋아요. 단지 배송을 좀 더 천천히 해줫으면 좋겠어요.‘라고 요구하는 미래는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쏟는 에너지가 앞으로 10년 후에도 여전히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죠.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면 거기에는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도 된다는 뜻이고요.”
이렇듯 베이조스는 최신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신흥 기술을 활용하기보다 사람들이 이미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술이 인간의 니즈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정반대로 이러한 니즈에 부응하고자 기술이 만들어진 것이다. 끊임없는 기술 변화에 현기증을 느끼며 헤매지 말자. 그 대신에,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변함없는 인간의 속성 위에 비즈니스 성공의 기반을 구축한 다음, 이러한 변함없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내면 어떨까?
“마케팅과 인간의 다섯 가지 보편적 속성“
1. 사랑받는다는 느낌: 충성심은 아직 죽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마케팅이 기울이는 노력으로는 불러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덧붙이자면, 한 번의 포옹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2. 소속감: 당신은 학교나 스포츠 팀에 소속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브랜드에 소속될 수 있는가? 노트북에 붙은 스티커를 통해 답을 알아보려 한다.
3. 자신의 이익 보호: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당신이 소비자에게 그리고 지역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의 증거를 보고 싶어 한다. 더 이상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 지역의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4. 의미: 우리는 마케팅의 4P와 함께 컸다. 하지만 목적의식Purpose이라는 다섯 번째 P가 있을지도 모른다. 마케터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입장을 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5. 존중: 공정한 가치의 교환이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는 당신을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의 전략을 장악하고 있는 세상에서,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 먼저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우리는 어떻게 고객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코틀러 박사는 초지일관 옳은 말을 하고 있었다. 수십 년 전에 자신이 쓴 책을 통해 내게 가르쳤던 내용(마케팅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의 혼합이다)과 위의 다섯가지 속성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마케팅은 정말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 진실, 즉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내내 우리 앞에 있었다. 50년 전에 마케팅 현자가 쓴 교과서에서부터 말이다. 더글라스 버뎃의 ‘마케팅 북 팟캐스트’ 100회 방송에서 현재 87세의 전설적 인물인 코틀러 박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와 같은 첨단 기술의 세상에서 소비자들이 갖지 못하는 것이 인간적인 접촉입니다. 소비자들은 진정한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상점에서 어떤 점원이 나라는 존재에 아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든 것이, 심지어 직원의 미소 마저 기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나는 그곳에 별로 친밀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거기선 감정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옛날에는 브랜드가 사람들의 니즈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다 보니, 실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말았죠. 브랜드가 환상을 팔았던 겁니다. 우리는 ‘이 차를 타면 당신은 이성에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니 이 차를 사야만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어요. 마케팅이 과한 약속을 내걸었던 겁니다. 우리는 일단 팔면 그걸로 끝이고, 판매 이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실수였죠. 지금처럼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지지자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 세상은 진정한 친밀감과 경험에 목말라 있습니다. 브랜드는 좀 더 인간적이고 진실될 필요가 있습니다.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인간 중심적인 브랜드는 고객을 친구처럼 대하고, 고객의 생활 방식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브랜드가 인간에 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다가가기 쉬워야 하고 호감이 가야 하고요. 때로는 취약한 모습도 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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