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험주의자의 사적인 기록/생각기록

[생각기록] 9월 9일 여유 한조각 없었던 아쉬운 마음

by Siyu 아카이브 2024. 9. 10.

월요일, 여느때와 다름없이 해야할 일들로 가득찬 하루였다. 지난 주의 일을 회고하고, 이번 주의 액션플랜을 공유하는 주간회의가 있는 월요일은 유난히 다른 날보다도 밀도높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팀의 업무 방향을 정렬하고, 우리가 세운 Object 목표달성을 위해 잘 나아가고 있는지, Key Result를 만들어 내기 위해 어떤 액션들을 하고 있는지, 이 액션들이 유효한지, 어떤 성과들을 보이는지, 그 안에서 공유할 만한 인사이트가 있는지들을 점검한다. 2시간 가량의 주간회의가 끝나면 수신된 메일을 확인하고 그날 완료해야 할 일들을 서둘러 처리한다. 그러다 문득 이 Object는 누구를 위한 목표인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라는 생각들이 밀려들어올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지금 이 생각에 잠식되면 안돼. 일단 일부터 끝내자. 깊이 생각하지 말자. 하고 당장 해야할 일에 시선을 돌린다. 나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정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충되는 목표라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도, 나아갈 방향성도 정하지 않은 채 그저 해야하는 일만 처리하는 직원이 되지 않을까. 언제나 그런 기계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지양했던 터라 마음속에 늘 갈등이 일어난다. 적당히하자. 아냐 이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야. 그러는 사이 유한한 에너지는 조금씩 고갈되고, 세후 급여명세서를 받아볼 때면 기운이 훅 빠져버린다. 한달 중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에 내 소중한 시간, 에너지, 자원을 이 급여와 맞바꾸다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더 현명하게 이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까. 분명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렇게 퇴근을 하고 한없이 처진 몸으로 제 2의 공간으로 이동했다. 사실 이 제 2의 공간은 작년부터 서울 전역의 매물을 둘러보며 적당한 공간을 찾아다녔던 그 공간의 결실과도 같다. 작고 아담하지만 단정하고 따뜻한 빛을 가진 새로운 에너지를 품은 곳이다. 그런 곳에 처음 들어온 오늘, 바람빠진 풍선처럼 흐물흐물 거리던 나는 익숙했던 공간에 온 것 마냥 너무도 덤덤했다. 잠깐의 미소를 지을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내가 너무 아쉬울 뿐이다. 우려하던 기분이 태도가 되어버렸다. 공간을 빠져나오면서부터 아차차 이게 아닌데 내가 생각해도 내 태도가 너무 별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며 계속 그 아쉬운 마음이 머물렀다. 재밌게 살려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건지, 이러려고 이 선택을 한건 아닌데 말이다. 남은 9, 10, 11, 12월 동안이라도 실행과 결실을 맺고, 다가오는 25년을 잘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유한한 시간 속에 유의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 줄어들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가장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나 스스로가 늘 잊지 말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글쓰는 내가 좋아서, 글을 쓰는 내가 되기 위해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을 다시한번 정리하며 기록해본다. 샤워하면서 또 다시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아오르는 희망을 느끼며.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9호선 환승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