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
안수향 사진작가
파도는 바다의 전진하는 힘과 비례하여 버티는 땅의 힘이 만나는 곳에서 부서진다. ‘파도’라는 한 사건의 경계, 이는 파도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다. 파도가 처음 부서지기 시작하는 이곳 너머 파도 이전의 세계가 바로 서퍼들이 대기하는 지점인 라인업(line-up)이다. 서핑을 위해 서퍼는 반드시 이 마지막 파도 하나를 넘어야만 한다.
나는 쏟아지는 파도의 속도로 먼저 몸을 들이밀었다. 숨을 꾹 참는다. 요동치는 경계, 패들링을 멈추지 마. 그리고 나아가. 계속, 계속. 꾹 참았다가 이내 터지는 숨, 먼저 너머에 닿는다. 버티는 힘이 나아가는 힘으로 바뀌던 찰나, 무사한가? 무사하다. 마침 지나가고 부서지는 파도 하나를 관망한다. 오늘 처음으로 웃고 있는 나를 알아차렸다.
표정을 보니 당신들도 안녕하군요.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마음에 드는 파도를 잡고 힘껏 나아가는 일뿐, 그땐 뒤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파도와 함께 걷는 동안 마음껏 웃기로 해요.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우리 믿기로 해요. 저 파도만 넘으면 된다는걸 이제는 잘 알고 있잖아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는 지금 어떤 파도와 마주하고 있나요. 어떤 마음으로 세계의 끝에 서 있나요. 나는 비오는 날에 서핑하기를 좋아해요. 내게 쏟아지는 것이 때때로 눈물이기도 하여. 무너진 것이 나이기도 하여. 바다에선 모든 게 분명하지 않아서 좋아요. 버텼던 마음은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고, 끝은 다시 시작이 될 수 있으므로. 나는 오늘도 바다에서 나이를 먹고도 울 수 있는 마음과 처음과 끝 사이를 오가는 길을 배웁니다. 그대, 패들링을 멈추지 말아요. 그리고 나아가요. 라인업이 곧 저기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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